“따스하고 그리운 냄새가 될꺼야”
“따스하고 그리운 냄새가 될꺼야”
  • 경인매일 kmaeil.com
  • 승인 2007.07.26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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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행복하게 사는 법
안미란의 창작동화집 ‘너만의 냄새’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숱한 관계들의 축소판’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다리를 다친 고양이와 쥐가 친구가 되고, 병들어 죽어가는 똥개와 배우지망생 총각이 친구가 된다. 작가는 이처럼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동물과 동물, 사람과 사물 등 실로 다양한 관계의 군상을 한데 모아 놓고 넌지시 묻는다.
“진짜 행복한 삶은 무엇일까?”

오묘하고도 아름다운 우리들의 ‘관계’
‘나무 다리’나 ‘병품암 산신령’은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살아가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산동네, 허름한 2층 끝방에 세들어 사는 나와 엄마, 약수터에서 음료수를 파는 구두쇠 박카스 할매, 그리고 트럭을 몰며 하루 장사를 하는 옆집 ‘시단’ 아저씨가 팍팍하고 고단한 삶이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은 찡한 감동을 준다.
‘병풍암 산신령’에 등장하는 김 노인 역시 하나뿐인 딸의 소식을 기다리며 근근이 살아간다. 어느 날 딸이 무사하기를 빌러 찾아간 절에서 김 노인은 우연히 수염 노인을 만나고, 그 노인장에게 고양이 한 마리를 얻는다. 그리고 고양이가 물어오는 행운에 잠시나마 행복을 느끼며 남을 헤아리는 마음을 갖게 된다.
표제작인 ‘너만의 냄새’는 친구가 될 수 없는 쥐와 고양이의 우정을 그렸다. 쥐돌이는 어느 날 자기 보금자리에 고양이가 들어와 누운 걸 본다. 처음에는 화가 났지만 다리를 다쳐서 움직일 수 없는, 새끼 밴 고양이라는 걸 알고 힘들게 구한 먹이를 조금씩 나눠 주다가 차츰 정이 든다. 다리가 다 나은 고양이가 그 곳을 떠나려 하지만 쥐돌이는 보금자리를 양보하고 자기가 대신 떠나며 생각한다. ‘그래. 나는 네 냄새를 기억하겠지. 다른 고양이하고 다른 너만의 냄새를.’
평범한 사물도 특별한 눈으로 볼 줄 아는 ‘서울 아이’ 민아와 시골 아이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이야기 ‘서울 아이’, 놀이 공원 사격장에 매여 사는 개 독구가 아르바이트하는 배우 총각과 친구가 되고, 결국 병으로 쓸쓸하게 죽어가지만 어렴풋이 꿈꿨던 천국으로 간다는 내용의 ‘사격장의 독구’는 어울리기 힘든 것들이 서로 어우러져 가는 과정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담장 하나’는 작가의 익살스러움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라이벌’ 관계인 우리 할아버지와 옆집 교감 할아버지는 모든 면에서 딴판이다. 어느 날 목욕탕에 간 두 분은 열탕에서 누가 오래 버티는지 내기를 하다 그만 쓰러지고, 손자가 사 준 요구르트를 빨대로 쪽쪽 빠는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우습다.

함께 한다는 것의 소중함
이 책에 담긴 7편의 동화는 이처럼 각기 다른 옷을 입고 있지만 한결같이 ‘함께 하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이야기들이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 작가의 감정을 최대한 드러내지 않은 간결한 문체는 독자를 책 속으로 한껏 끌어들인다.
나와 다른 누군가와 어울려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부딪히고 넘어지면서 그 어려움을 극복했을 때 누군가의 존재는 내 속으로 스며들어 ‘왠지 마음 깊은 데가 따스해지는 위로가 된다.’(76쪽)
‘너만의 냄새’는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과 행복한 삶에 대한 성찰 등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면서 숱하게 만나게 될 여러 관계들을 슬기롭게 엮고 푸는 방법을 가르쳐 줄 것이다.
 

작가 | 안미란
경북 김천의 작은 과수원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동국대학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씨앗을 지키는 사람들’로 2000년 제5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창작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 밖의 작품으로 ‘너 먼저 울지 마’ ‘철가방을 든 독갭이’ ‘나 안 할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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